디지털 감각의 기아 K8 페이스리프트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6,589 등록일 2024.09.26.


기아 브랜드의 대형 승용차 K8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K8은 2021년 4월에 처음 등장했고, 그 사이에 벌써 3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기존의 준대형 승용차 K7의 풀 모델 체인지 개념의 차량으로 나온 모델이 K8이었기에 차체 크기를 5미터가 넘게 해서 대형 승용차로 나왔었습니다. 페이스 리프트 된 K8은 전장이 35mm, 전폭 5mm 늘어나고, 전고와 휠 베이스는 그대로이어서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050×1,880×1,455(mm)에, 2,895mm 의 휠베이스 입니다.



물론 35mm길어지고 5mm 넓어진 치수 변화는 그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차체의 앞면 디자인 이미지가 기존의 K8이 마치 다이아몬드 커팅의 이미지를 가진 기하학적 조형으로 이루어진 아르-데코(Art-Deco) 풍의 약간은 충격적이기도 했던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아방가르드(Avant-Gard)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급진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최근의 기아 브랜드의 전기 동력 신형 차량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기아 브랜드 차들의 디자인 특징인 수직형 베젤의 LED 헤드 램프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직형 헤드 램프는 차량을 전면에서 보면 양쪽으로 물러나 있고 그 사이를 슬림 그래픽의 수평 크롬 몰드와 블랙 몰드 등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범퍼 아래쪽의 공기 흡입구는 수평 형태를 강조한 그래픽이어서 전체적인 앞모습 인상은 오히려 수평적 이미지입니다.



그렇지만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적게 바뀌었습니다. 본래부터 수평적 그래픽의 리플렉터와 LED 램프로 구성돼 있으면서 양쪽에 마치 부메랑 형태의 수직형 램프가 있던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범퍼 아래쪽에 배기구를 연상시키던 디테일을 싹 밀어 없애고 마치 전기 동력 차량같이 배기구가 없는 디자인으로 바꾸었습니다.



수평적이고 슬림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앞 얼굴과 뒷모습이 모두 수평의 조형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체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앞 모습은 대체로 공격적이거나 수직적인 조형을 강조해서 순간적으로 마주치더라도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고, 뒷모습은 뒤 차에 의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관찰되는 특성으로 인해 수평적이고 안정적인 인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런 경향이라는 것이지 모든 차들에 똑같이 그래야 하는 규칙 같은 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앞모습과 뒷모습이 통일성이 있는게 맞느냐 다른 게 맞느냐 하는 문제는 한 가지 답이 존재하지 않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8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이런 이슈와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 실내의 모습 역시 수평적 인상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약간 사다리꼴 형태로 위쪽이 좁아지던 이전의 디스플레이 패널 형태에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좌우로 긴 완전한 사각형의 디스플레이 패널의 형태에 수평형 스포크의 스티어링 휠이 조합돼서 어딘가 자율주행 차량의 실내 같기도 한 이미지입니다. 페이스 리프트 이전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스티어링 휠이 V 형태가 있는 3 스포크 형태이던 것에서 이제는 4 스포크 형태로 바꾸어 좀 더 수평적 단순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내의 색상 조합도 크러시 패드 상부를 어두운 톤으로 설정하고 트림 부분을 더 밝은 색으로 대비시켜서 경쾌함과 고급감을 강조했습니다. 두 색채 간의 대비를 높여서 마치 0과 1을 의미하는 흑백 톤의 디지털 이미지에 가깝게 조금 더 디지털적 감성에 가까운 선명한 대비의 조합을 의도한 인상입니다. 물론 어두운 톤으로만 이루어진 조합도 있는데요, 장중한 느낌을 주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그밖에 눈에 띄는 디테일은 메탈 질감의 페달이고, 가속 페달은 오르간 타입 입니다. 수 년 전에 미국에서 일어난 승용차의 고속 질주에 의한 사고가 어이없게도 공중에 뜬 구조의 가속 페달 아래쪽에 실내 바닥에 깔려있던 매트가 구겨진 부분에 끼이면서 페달이 눌린 채로 고정돼 버리면서 급 가속 돼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그에 대한 예방책이 바로 이처럼 페달의 아래쪽이 바닥에 고정된 오르간 타입의 가속 페달인 것입니다. 사고란 종종 이처럼 참으로 어이없는 원인에 의해서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내에는 편의성을 높이는 사양들이 변경 적용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앞 좌석의 중앙 콘솔은 양쪽으로 분할 돼 열리는 뚜껑이 좌우를 별도로 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앞 쪽의 네모난 버튼을 누르면 두 개가 동시에 열리지만, 열고자 하는 쪽의 뚜껑을 누르면 그것만 열리는 구조로 보입니다. 사실상 이런 부분의 디테일은 차량의 본질적 부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의 사용성에는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에 기업에서 제품을 기획하는 담당자의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국산 차량에서 이런 부분의 향상은 여러 부분에서 목도 됩니다.


차체 외부 디자인에서 전반적인 조형이 직선적이고 기하학적 요소가 주조인데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아르-데코 성향이 주된 감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C-필러의 쿼터 글라스에 적용된 삼각형의 메탈 가니시의 다이아몬드 패턴의 장식 등이 바로 그런 요소입니다. 페이스 리프트 이전의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이런 감각이었지만, 지금은 기아의 전기 차량 EV 시리즈와 구분되지 않는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휠 디자인 역시 둥근 원의 형태를 제외하면 모두 직선적 형태에 좌우 대칭의 형태로 매우 전위적인 감각입니다. 대개의 휠 디자인이 사방으로 대칭이어서 방향성이 없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의 기아 전기 차량의 디자인은 휠에서도 변화된 감각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전기 동력 차량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술의 개념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새로운 조형으로 디자인돼서 소비자에게 다른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주는 디자인을 가집니다. 그러나 전기를 쓰지 않는 차들도 이제 모두 전기차처럼 디자인된다면, 전기차의 차별성은 어떻게 나타낼까요? 물론 디지털 시대의 감성을 넣다 보면 유사한 인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아날로그 감성의 차들이 모두 똑같지 않듯이 디지털 감성 역시 다양화될 여지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새로 등장한 K8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의 고급승용차의 접근법을 보여주어야 힐 걸로 보입니다. 즉 대중 브랜드의 차들은 브랜드의 통일성 보다는 개별 제품의 특징(product identity)를 강조해서, 소비자들에게 각각의 차량이 그 차량만의 가치를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기아브랜드에서 K8은 K8이어야 하는 것이지 기아의 EV 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굳이 K8을 사야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품 마다 구별되는 창의적 디자인으로 감성적인 가치를 구분해 제시해서 경험과 가치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하는 것이 기아 브랜드의 특징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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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명
    기아
    모기업
    현대자동차그룹
    창립일
    1944년
    슬로건
    Movement that insp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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