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시작된 소형차 이세타(ISETTA)와 도시 모빌리티

오래 전에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 하나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것은 ‘공대 개그’라고도 이야기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때였는지 어떤 미국 영화에서도 “put an elephant into a refrigerator" 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었다. 비슷한 이야기로 기린을 냉장고에 넣는 법 등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크기로 봐서 집채만한 냉장고가 아니라면 코끼리를 있는 그대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넣는 방법’에는 사람들의 직업, 혹은 전공분야에 따라 코끼리를 집어넣는 다양하고 기발한(?) 것들이 있었다. 물론 그 방법들 대부분은 현실성이 없어서 웃어 넘겨야 할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부터 꺼내게 된 이유는, 오늘 살펴보려는 BMW의 이세타(Isetta)를 보게 되면, 그 기발함에 고개가 조금은 끄덕여질 지도 모른다. 이세타는 우선 한눈에 보아도 그 크기가 무척 작다. 나중에 조금 큰 4인승 모델도 나왔지만, 처음에 나왔던 2인승 모델을 보면, 길이 1,765mm에 폭 1,519mm로, 우리나라 경승용차를 절반으로 잘라놓은 크기보다도 작다. 그래서 이 정도로 작은 자동차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전체의 차체 길이가 소형 승용차의 폭과 비슷한 크기이니, 만약 길가에 일렬로 세워진 차와 차 사이의 공간에 직각 방향으로 끼어 들어가 세워놓는다고 해도 이세타는 차체 길이가 승용차의 차체 폭 정도이니 길 쪽으로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세타는 이런 방법의 ‘틈새주차’가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코끼리와 냉장고의 이야기로 시작한 진짜 이유는 전적으로 이세타의 크기 때문은 아니다. 초소형 차 이세타는 「Iso」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의 냉장고 회사에서 설계되었다는 희한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BMW가 Iso社로부터 이세타의 소유권과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사들였고, 이후에 독일의 BMW와 영국의 던스폴드(Dunsfold)라는 회사에 의해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세타와 냉장고와의 인연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세타에 타기 위해서는 냉장고 문을 열고 닫아야 한다. 차체의 앞면 전체가 하나의 문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세타에 타려면 그 문의 왼쪽의 중간 높이에 달린 손잡이를 아래로 비틀고 당겨서 열고 타야 하는데, 그 문을 열 때의 기분이란 정말로 냉장고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세타의 문을 열면 운전대(steering wheel)의 축 아래쪽이 꺾이면서 문과 함께 붙어서 열린다. 그리고 공원의 벤치처럼 직선형으로 만들어진 2인용 운전석 의자는 길이가 1,117mm로, 사실상 1미터가 조금 넘는 의자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기에는 약간 비좁다. 운전 중 두 사람의 어깨가 자주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때의 사람들이 이세타를 가리켜서 "cuddle box (포옹상자)"라고 부르기도 했고 한다.
초기의 이세타는 245cc 배기량의 BMW의 공냉식 모터사이클 엔진을 달고 있었지만, 1956년에는 배기량을 298cc로 키우면서 좀 더 ‘자동차 스럽게’ 바뀐 차체를 가진 이세타 300으로 발전한다.

이세타의 연료탱크에는 약 13리터 가량의 연료가 들어갔고, 5.5리터의 연료로 100km를 주행했다고 하니 산술적인 연비 계산 방법으로 본다면 1리터 당 약 18km를 달리는 셈이다. 최고속도는 약 시속 85km이었는데, 사실 이 정도 크기의 작은 차체에 앉아 시속 80km로 운전한다면, 체감속도는 훨씬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이세타는 3륜차 임에도 그다지 쉽게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이세타를 자세히 보면 사실은 3륜차가 아니라, 4륜차 이다. 뒷바퀴는 약 50cm간격으로 떨어져서 두 개의 바퀴가 있으니, 실제로는 4륜차인 것이다.

오늘날의 BMW에서는 더 이상 ‘냉장고 문’ 이나 3륜차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2014년에 나왔던 소형 전기차 i3의 뒷모습을 보면 어딘가 이세타와 닮은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물론 i3는 테일 게이트가 이세타처럼 열리는 구조는 아니다.
그 대신 i3의 측면에 달린 보조 문이 롤스로이스의 코치 도어(coach door)처럼 열리는 구조로 돼 있다. 코치 도어는 마차의 문과 같다는 의미이다. 과거에 마차는 문의 경첩(hinge)가 양쪽으로 달려 있어서 활짝 열리는 구조였던 것이다. 물론, i3의 측면에 달린 이 문은 뒷좌석에 사람이 탈 때에 열고 탈 수 있는 구조이고, 앞 좌석에 탈 때는 당연히 앞 문만 열면 된다.

물론 i3는 금년 내에 단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그 후속으로 iX 시리즈 중에서 iX1이라는 이름으로 새 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숫자로 보아 새로이 등장할 iX1은 소형 SUV의 디자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도시 모빌리티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등장한 전기 동력 iX를 통해 그 이미지를 상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기발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하게 된다. 그것은 60여 년 전에 등장했던 이세타 때문이다.

전기 동력 자동차가 앞으로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요즈음에 새로운 소형 모빌리티의 개념으로 1~2인승 소형 차량이 도심지용 모빌리티의 형태, 이른바 PM(Personal Mobility)의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냉장고의 설계 개념에서 출발했던 초소형 승용차 이세타는 이미 60년 전에 극도로 실용적인 도심지의 모빌리티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21세기가 된 오늘 새로운 동력원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소형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정말로 소형 도심지용 전기 모빌리티라면 전기 동력으로 과거의 이세타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도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체로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세타는 그것의 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모습을 통한 발전이 바로 자동차 기술 발전의 역사이며, 인류 문명의 역사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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