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프로포션, 2025 기아 K8 2.5 가솔린 시승기
기아 K8 부분 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앞모습을 다시 한 번 크게 바꾸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좀 더 정돈된 느낌의 그래픽이다. 전장만 5미터가 넘을 뿐만 아니라 3미터 이하의 휠베이스임에도 대형 세단의 실내 공간이 매력 포인트다. 2008년 데뷔했던 포르테에서 느꼈던 균형감각이 더욱 발전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기아 2025년형 K8 2.5리터 가솔린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가솔린차의 생명이 더 연장되고 있다. 전동화차를 거쳐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로 갈 것이라고 했던 로드맵이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그렇게 단숨에 바뀌지는 않는다. 특히 기후 재앙 해결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과 사고방식에 따라 소비한다.
그렇다고 진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멈출 수도 없다. 19세기 말 마차가 20세기 초 자동차로 바뀔 때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저항이 있었다.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괴물을 받아들이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말, 21세기 초의 변화 수용 속도는 빨라졌다. 디지털 카메라가 그랬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 수많은 문명의 이기가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스마트폰만큼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없다.
그 스마트폰 생태계를 통해 기술력과 부를 축적해 온 통신과 IT기업들이 지금 자동차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여기며 그들만의 기술을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 안에는 센서도 있고, 반도체도 있으며,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용도가 높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그들만의 장점을 활용해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큰 틀에서 자동차라는 플랫폼이 중심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다른 면도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ccNC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채용하기로 했다. 구글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운영체제를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에 사용하도록 하면서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외부로부터 받아오더라도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성을 창출할 길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당장 K8이나 양산차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자동차’라고 하는 절대 우위의 상품을 지키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굴러다니는 디바이스의 정체성을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후발 업체에 뒤지지 않으려고 그들만의 차 만들기를 동원하고 있다.
우선은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많은 일을 할 수 있더라도, 자동차라는 상품은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을 고품질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노하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방향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자본이 들어간다. 자동차는 그런 내용과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상품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는 차량의 외관에 변화를 많이 주는 브랜드다. 의도적 진부화 전략이다. K8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파격적인 그릴 그래픽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는 다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앞모습이 전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배터리 전기차처럼 그릴이 없는 듯한 그래픽이다.
대신 신세대 기아 모델들이 그렇듯이 램프 유닛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그리고 그것을 좌우로 연결해 발하는 빛은 이제는 기아의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앞에서 다가오는 차든, 룸미러에 비치는 뒤쪽 차든 그 라이트 유닛으로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그만큼 라이트로 인한 존재감이 강하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지금은 도로 위에서 가장 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선과 면이 아니라 빛이 디자인의 소구라는 것을 잘 살리고 있다. 반면, 그로 인해 타이거 노즈에서 타이거 페이스라는 패밀리 룩은 약해졌다.
뒤쪽에서 K자를 비대칭으로 배치해 연결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변화가 없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차체 일체형 스포일러와 함께 공격적인 라인은 여전히 도드라진다.
휠베이스는 2,895mm로 3미터 이하지만, 전장이 5,050mm로 5미터를 넘는 것이 만드는 프로포션도 그대로다. 베리에이션에 따라 차체 크기가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중시하는 정통파 분위기에서 디지털 감각을 살린 사이버틱한 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디지털화가 더 진화했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버튼과 스위치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LCD 터치 시스템으로 하나의 패널에서 두 가지 기능을 처리해 물리적 버튼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질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센터 스택에 별도의 컨트롤 패널이 있는 것이 오히려 생경한 시대이지만, 사람들의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운전석 앞 계기판에서 아날로그 감각의 클러스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디지털화가 주제이면서, 그 아래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시스템 패널을 통합한 조작계도 새로운 시도다. 자동 무선 업데이트 등 디지털 감각에 앞선 그룹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다. 림의 위아래에 각을 주고 패드에 기아 로고를 없앴다. 대신 그릴에서 보았던 직선을 병용하면서 유기성을 살리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런 연관성을 좋아한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기아가 노리는 K8의 포지셔닝을 말해 준다. 착좌감이나 혈액순환까지 배려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평가할 만하다. 뒷좌석 공간은 광활하다. 쇼퍼 드리븐 카로도 사용 가능하다. 야간에 무드 조명을 사용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이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플로어 아래에는 스페어 타이어 대신 별도의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다.
엔진은 2.5리터와 3.5리터 가솔린 두 가지, 3.5리터 LPG, 그리고 1.6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베이스의 하이브리드 등이 있다. 오늘 시승하는 차는 2,497cc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이다. 최대출력 198마력, 최대토크는 25.3kgm를 발휘한다. 데뷔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AT. 구동 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8단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500rpm이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0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0km/h에서 2단, 85km/h에서 3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 시 느낌은 보통이다. 가솔린 엔진으로서 그렇다. 요즘 배터리 전기차 시승이 잦은 탓에 느낌이 다르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지는 몰랐다. 배터리 전기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울컥거림으로 인한 위화감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래도 가솔린 특유의 매끈한 감각은 그대로다. 소음과 진동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마찬가지로 전기차로 인한 것이다. 특히 가속 시 부밍음이 느껴진다. K8은 데뷔 당시 트렁크 상단부 패키지 언더패드와 도어 접합부 3중 씰링을 새롭게 추가해 진동을 줄이고, 실내 흡차음재 밀도를 높여 소음을 크게 줄였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가속감이 강력하지는 않다. 지긋이 밀어 올리는 타입이다. 그렇다고 여유 동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상대적인 비교 때문이다. 그래도 변속기의 매칭이 좋아 특별히 불만은 없다. 현대 트랜시스제 8단 자동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이나 DCT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강성을 보강해 댐퍼의 감쇄력이 더 좋아졌다.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K9에 비해 그렇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세팅한 것이다. 데뷔 당시 시승에서는 엔진이 섀시를 이긴다고 평가했었다. 이번에는 그 반대인 듯하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간 언더스티어. 그렇게 표현하지만, 휠베이스 대비 전장이 긴 차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잘 돌아준다. 이는 스티어링 기어비를 증대해 응답성을 더 예민하게 만든 덕분으로 보인다. 차선을 변경할 때 반 템포 늦다는 표현을 했던 기억이 희미하다.
ADAS 기능은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이 시대에 등장한 모든 기능을 채용할 수 있다. ACC를 켠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약 10초 후 오른쪽 클러스터에 경고 메시지가 뜨고, 다시 10초 후에 경고음이 울린다. 그 상태로 약 20초를 더 진행하다가 해제되며, 스티어링 휠을 다시 잡으면 활성화된다. 아직은 특별한 변화가 없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3D로 되어 있으며, 한층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에어백이 9개라는 것도 장점이다.
K8은 K7에서 K8로 바꿀 때 기아 관련 이슈는 회사명을 기아자동차가 아닌 기아로 하고 브랜드 로고를 바꾼 것, 그리고 차명을 K7에서 K8으로 바꾼 것, 그리고 디자인 철학을 바꾼 것이었다. 기아라는 브랜드 전체를 리셋한다는 의미였다. 그룹 내 현대 브랜드와의 뚜렷한 차별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적어도 두 브랜드의 차별화에는 성공한 듯하다. 파워트레인 등 메커니즘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브랜드의 차별화는 분명하다. 전기차로 넘어가면 더 뚜렷한 차별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것은 판매 대수의 증가로 입증되고 있다.
주요제원 기아 K8 2.5 GDI
크기
전장Ⅹ전폭Ⅹ전고: 5,050Ⅹ1,880Ⅹ1,480mm
휠베이스: 2,895mm
트레드: 1,624/1,631mm
공차 중량: 1,620kg(20인치)
엔진
형식: 2,497cc 직렬 4기통 DOHC 가솔린
최고출력: 198ps/6,100rpm
최대토크: 25.3kgm/4,000rpm
트랜스미션
형식: 8단 AT
섀시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랙&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45/45R20
구동방식: 앞바퀴 굴림방식
성능
연비: 복합 11.3km/L(20인치 타이어) 고속 14.1/도심 9.7
이산화탄소 배출량: 148g/km(20인치 타이어)
시판 가격
노블레스 라이트: 3,736만 원
노블레스: 4,088만 원
시그니처: 4,501만 원
시그니처 블랙: 4,550만 원
(작성일자: 2024년 9월 11일)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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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명
- 기아
- 모기업
- 현대자동차그룹
- 창립일
- 1944년
- 슬로건
- Movement that insp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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