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푸조보다 못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노리는 반전
일본 현대차 시티 스토어 오키나와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일본은 수입차에 잔인한 시장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 예상치는 약 460만 대, 이 가운데 수입차는 22만 5000대에 불과하다. 일본 업체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역수입한 수치를 포함해도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5%가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7~8만 대를 파는 벤츠나 BMW도 일본에서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기준 벤츠는 5만 3000대, BMW는 3만 500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일본 내수 시장 수입차 점유율은 수십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내수 규모는 지난해 164만 대, 이 가운데 수입차는 28만 대로 점유율이 17%를 넘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얘기되고 있지만 가성비 좋고 니즈에 맞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지프(9500대), 푸조(5300대), 피아트(4200대), 르노(5300대), 시트로엥(2900대) 같은 수입 브랜드가 제법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프가 우리나라에서 2600대(2024년) 정도 판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존재감조차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3위, 현대차그룹의 성적은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들과 비견할 것이 못 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600대, 기아는 달랑 2대를 팔았다. 현대차처럼 전동화 제품군만 팔고 있는 중국 BYD도 같은 기간 2200대, 피아트의 고성능 브랜드 아바르트(Abarth)도 1800대를 팔았다.
순위로 보면 존재감이 있을 리 없는 27위다. 이런 시장에 현대차가 새로운 모델을 투입했다. 국내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부르는 인스터(INSTER)다. 최근 사전 계약을 시작한 인스터 투입으로 현대차가 일본에서 팔고 있는 차는 아이오닉 5, 코나, 넥쏘까지 파생 모델을 합쳐 6종이 됐다.
그렇다면 인스터는 현대차의 자존감을 살려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보인다. 우선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인스터의 일본 가격은 284만 9000엔(약 26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경차 혼다 N BOX 최고급 트림 시작 가격은 238만 엔(약 2215만 원)이다.
현대차 인스터(사진=현대자동차)
같은 차급으로 분류되는 혼다의 인기 소형차 피트(Fit)의 가격도 하이브리드 기준 평균 250만 엔(약 2325만 원)이다. 인스터와 직접 경쟁하게 될 BYD의 가격은 비교할 차이가 아니다. BYD의 주력 모델인 씰(SEAL)은 528만 엔(약 4911만 원), 가장 저렴한 돌핀(DOLPHIN)도 363만 엔(약 3377만 엔)부터 시작한다.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의 평균 가격 차이를 따져 보면 현대차 인스터의 가격은 꽤 파격적이고 공격적이다. 경차와 소형차,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절묘하게 찾아 냈다.
일본 시장에 적합한 차체와 사양을 갖춘 점도 꼽을 수 있다. 인스터는 일본 경차의 규격(전장 3400mm, 전폭 1480mm, 전고 2000mm)을 조금씩 초과했지만 소형차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를 갖고 있다. 인스터 전장은 3830mm, 전폭은 1610mm, 전고는 1575mm다.
경차는 아니지만 인스터는 운전이 쉽고 관리가 용이하고 주차가 편한, 작고 효율적인 차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진다. 현대차 역시 좁은 골목이나 주택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일본이 전기차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 전기차 보급률은 2.98%, 충전기는 6만기가 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2030년 30만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이에 따른 수요 증가 인프라의 확장 없이는 인스터도 속도를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더 적극적으로 공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0년대 초 클릭, 투싼, 그랜저, 쏘나타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지만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철수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22년 다시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일본 내 거점은 빈약하다. 요코하마에 일본 법인을 뒀고 전시장은 나고야와 후쿠오카, 오키나와뿐이다. 그리고 네 곳의 모빌리티 라운지를 운영한다. 차량 전시와 시승 그리고 정비 시설까지 갖춘 곳은 오키나와, 나고야 두 곳, 직영 정비소는 요코하마 한 곳뿐이다.
일본에서 수입차 시장이 가장 큰 곳은 도쿄다. 연간 4만 대 이상의 수입차가 도쿄에서 팔린다.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등 대부분 수입차 큰 시장도 도쿄 인근에 몰려있다. 그리고 오사카, 아이치, 효고 지역을 포함해 일본 수입차의 63%(14만 3000대. 2024년)가 소비된다. 큰 시장에 초점을 맞춘 거점의 재조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핫클릭
-
재고할인 모델을 노려볼까? 아우디 2월 판매조건 정리조회수 5,249 2025.02.12. 다나와자동차
-
E200 구매할 만한데? 벤츠 2월 판매조건 정리조회수 4,461 2025.02.12. 다나와자동차
-
중국 자동차 업계, 딥시크 AI 통합 경쟁… 지리·지커 등 선두 발표조회수 3,153 2025.02.11. 글로벌오토뉴스
-
[EV 트렌드] '강렬한 첫인상' 테스트 중 눈 덮인 도랑에 처박힌 제네시스 GV90조회수 3,329 2025.02.11. 오토헤럴드
-
'아웃도어 감성 디자인'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크로스 출시조회수 2,604 2025.02.10. 오토헤럴드
- 최신소식 모아보기 - 국내
-
현대차-츠치야 케이치, 아이오닉 5 N 튜닝 패키지 'DK 에디션' 사전 계약조회수 1,855 2025.02.14. 오토헤럴드
-
KGM, 전기 픽업 ‘무쏘 EV’ 외관 이미지 공개조회수 905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포르쉐코리아, 국내 최대 규모 ‘포르쉐 서비스 센터 성수’ 오픈조회수 520 2025.02.13. 글로벌오토뉴스
-
지프, 윌리스 MB 기념 헌정 모델 '랭글러 ’41 에디션' 선보여조회수 1,727 2025.02.13. 글로벌오토뉴스
-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봇모터스, 부산 전시장 공식 파트너사 모집조회수 1,716 2025.02.13. 오토헤럴드
- 최신소식 모아보기 - 해외
-
[스파이샷] 메르세데스-벤츠, 차세대 GLB 출시 예정조회수 1,802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스파이샷] 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팰리세이드 XRT 스웨덴서 포착조회수 1,817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내연기관, 절대 포기 못해...폭스바겐ㆍ아우디 주력 모델 다음 버전 준비 중조회수 1,779 2025.02.14. 오토헤럴드
-
저력을 보여 주겠어! 폭스바겐, 2000만 원대 엔트리급 전기차 2년내 출시조회수 1,185 2025.02.13. 오토헤럴드
-
[기자 수첩] 누구도 남을 것이 없는 '트럼프 관세'... 美 서민들만 애먼 피해조회수 1,718 2025.02.13. 오토헤럴드
- 최신 시승기
-
[시승기] 현대차 아이오닉 9, 패밀리 전기 SUV '추천 1순위' 다만 생긴 게…조회수 2,365 2025.02.13. 오토헤럴드
-
[시승기] 폴스타 4 롱레인지 듀얼 모터 '혁신 디자인과 확실 퍼포먼스'조회수 2,236 2025.02.10. 오토헤럴드
-
[시승기] 볼보의 차세대 전기 SUV EX30 '테슬라 다음은 내가 주인공'조회수 2,853 2025.02.07. 오토헤럴드
-
정리된 디자인. BYD 아토3 플러스 시승기조회수 1,680 2025.02.07. 글로벌오토뉴스
-
[시승기] 벤츠 S 580 4메틱 '품격이란 이런 것, 대체 불가 럭셔리 플래그십'조회수 4,155 2025.01.31. 오토헤럴드
- 광란의 질주, 모터스포츠
-
한국타이어 후원 포뮬러 E 시즌 11 ‘2025 제다 E-PRIX’ 대회 개최조회수 460 2025.02.13. 글로벌오토뉴스
-
한국타이어 후원, 2025 월드 랠리 챔피언십 ‘스웨덴 랠리’ 개최조회수 605 2025.02.12. 글로벌오토뉴스
-
브래드 피트의 F1 영화, 2025년 6월 개봉… 실감 나는 레이싱 장면 기대조회수 2,799 2025.02.11. 글로벌오토뉴스
-
가장 위대한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2025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조회수 2,579 2025.02.11. 오토헤럴드
-
머신으로 변신한 애스턴마틴 하이퍼카 '발키리' 르망 24시 정상 도전조회수 2,289 2025.02.05. 오토헤럴드
- 전기차 소식
-
리 오토, 전기차 라인업 확대…올해 BEV 3종 출시 예정 (1)조회수 304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790만원대 전기차' 홍구앙 신형 미니 EV, 22일 출시조회수 347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폭스바겐, 2027년 2만 유로 전기차 개발…ID.Every1 콘셉트 공개 예정조회수 359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EV 트렌드] 신규 eM 플랫폼 기반 제네시스 G70 전동화 출시설 '솔솔'조회수 1,082 2025.02.14. 오토헤럴드
-
폴스타, 부산 롯데 백화점에서 ‘폴스타 온 투어(Polestar on tour)’ 진행조회수 1,632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이런저런 생각, 자동차 칼럼
-
전고체 배터리의 대중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조회수 1,853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김흥식 칼럼] 중국은 전기차만 수출한다? 알고 보면 내연기관차 강국조회수 1,958 2025.02.12. 오토헤럴드
-
한국의 클래식 카-4: 1990년~1994년조회수 1,079 2025.02.07. 글로벌오토뉴스
-
‘야만의 시대’로의 회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조회수 2,165 2025.02.04. 글로벌오토뉴스
-
[칼럼] '자동차ㆍ배터리' 대 위기, 최대 시장에서 현실이 된 트럼프 리스크조회수 3,004 2025.02.03. 오토헤럴드
- 테크/팁 소식
-
SAIC-GM, 딥시크 AI 모델 스마트 콕핏에 통합…캐딜락·뷰익 적용 예정조회수 897 2025.02.14. 글로벌오토뉴스
-
중국 자동차업계, AI 기술 경쟁 가속… 딥시크 도입으로 변화 전망조회수 461 2025.02.13. 글로벌오토뉴스
-
중국 BYD, 지능형 주행기술 신의 눈 메트릭스 공개조회수 780 2025.02.13. 글로벌오토뉴스
-
현대모비스, 위아래 가변형 디스플레이에 맞춰 회전하는 '무빙 스피커' 공개조회수 1,880 2025.02.12. 오토헤럴드
-
겨울철 폭설 후유증 '도로 파임’ 주의, 급제동ㆍ급조향 피하고 전방주시 필수조회수 2,918 2025.02.11. 오토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