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클래식 카-3: 1980년대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클래식 카의 기준을 30년 이상 된 차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2025년 현재를 기준으로 1995년 이전의 차들을 클래식 카 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 살펴본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1980년부터 1989년까지의 기간 동안 등장한 우리나라 차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980년에는 정식 라이선스로 신진에서 생산되던 지프가 미국 카이저(Kaiser)가 신진이 리비아로 지프를 6대 수출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떠나면서 지프 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자 한동안 수퍼스타 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 당시에 중학생이었던 저는 저러한 국제정세와 관련된 이슈까지는 알지 못했기에 수퍼스타 라는 이름이 갑작스레 나온 까닭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시기에 기아자동차는 정부의 자동차산업합리화조치에 의해 1987년까지 승용차 생산금지조치가 내려지면서 5톤 이하의 화물차 만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기술제휴 기업이었던 마쓰다의 화물차 ‘봉고’의 2세대 1톤 트럭과 코치(coach)와 2.5톤 타이탄, 4.5톤 복서 트럭 등을 들여와 생산하게 됩니다. 물론 봉고 코치는 ‘봉고차’라는 통칭까지 만들어내면서 우리나라의 승합차 시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편, 신진지프는 동아자동차와 합병되면서 거화자동차로 이름을 바꾸는 동시에 ‘지프’라는 이름을 대체할 브랜드 ‘코란도’를 내놓습니다. 이것은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Korean Can Do를 응용한 이름이었고, 이렇게 해서 코란도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현대자동차는 포니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포니2를 내놓습니다. 해치백 5도어 구조에 사각형 헤드램프에 수평 리브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전체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최신 유럽 경향을 반영한 쥬지아로 디자인의 포니2는 이후에 캐나다에 수출되기도 합니다.

거화자동차는 동아자동차로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1982년에 코란도 패밀리(Korando Family) 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테이션 웨건 형태의4륜구동 차량을 내놓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SUV(Sports Utility Nehicle) 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4륜구동 험로주행 기능 만이 아닌 공간의 활용성도 가진 차량이 자리잡아 가는 시기였고, 코란도 패밀리는 그런 경향을 반영한 차량이었습니다. 코란도 패밀리는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면 디자인으로 간결하고 모던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83년에는 현대자동차의 고유모델 중형 승용차 개발 프로젝트(Y-car)의 결과로 쥬지아로가 디자인 한 스텔라가 등장합니다. 스텔라의 플랫폼은 그 이전에 현대자동차가 독일 포드로부터 들여와 조립생산했던 코티나 시리즈에서 응용한 뒷바퀴 굴림방식이었습니다. 스텔라의 디자인 역시 모던한 성향으로 중형 승용차의 소비자 층을 넓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1985년에는 X-car 프로젝트로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앞바퀴 굴림방식의 소형 승용차 포니 엑셀이 역시 쥬지아로의 디지인으로 나옵니다. 포니 엑셀의 플랫폼은 미쓰비시의 미라지 승용차의 것을 바탕으로 했지만, 쥬지아로의 디자인에 의해 미라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가진 차로 등장했습니다. 포니 엑셀은 1987년부터 현대 엑셀 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수출되면서 싼 가격이면서도 쥬지아로의 디자인이라는 장점 등으로 주목 받으면서 반향을 일으켰지만, 품질 부족 등의 문제로 미국 진출 3년여 만에 판매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한편 대우그룹의 지분 인수로 새한자동차에서 대우자동차로 바뀐 이후 오펠 레코드의 신형 차체를 반영한 모델의 로얄 시리즈가 나오게 됩니다. 또한, 독일 오펠이 개발한 신형 카데트(Kadette)를 들여와 르망(Lemans) 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판매와 GM의 폰티액(Pontiac) 브랜드의 미국 판매 모델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 르망의 디자인은 많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오펠이 공기역학적 디자인 연구용으로 개발했던 콘셉트카 ‘TECH-1’의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 모델에 적용한 이른바 물방울 형상의 둥근 차체 디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양산형 르망은 그다지 둥근 형상이 아닌데도 그 시기에는 정말로 동글동글해 보였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스텔라의 차체에 1,800cc와 2,000cc 엔진을 얹은 고급 승용차로 소나타를 내놓으면서 오늘날까지 건재한 쏘나타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여기에서 소나타와 쏘나타를 다르게 쓴 건 초기의 소나타는 표준 외래어 표기법에 의한 국문 명칭이었지만, 이후 현대가 Y2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문 표기를 쏘나타라고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상품 명칭은 반드시 표준말을 쓸 필요는 없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1986년에는 현대와 일본 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한 최고급 승용차 그랜저(L-car)가 등장합니다. 그랜저는 고급승용차로서는 이례적으로 앞바퀴 굴림방식을 채택했는데, 그 시기에는 유럽과 미국의 거의 모든 양산 메이커들이 뒷바퀴 굴림방식에 비해 연비가 좋은 앞바퀴 굴림방식을 개발하던 때였습니다.

1세대 그랜저는 그 당시에는 주로 대기업 회장님들이 타던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습니다. 그런데 그랜저는 일본의 자동차 세금 규제에 맞추느라 차체 폭이 1,725mm에 불과한 대신에 긴 휠베이스로 뒷좌석의 전후 공간은 넓었습니다. 그 당시의 중형 승용차 스텔라의 차체 폭이 1,750mm로 그랜저보다도 넓었지만, 현대자동차는 굳이 그걸 강조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승용차생산제한조치가 해제되는 1987년의 시점에 맞추어 승용차를 개발해왔던 기아산업은 소형 해치백 승용차 프라이드(NB-3)와 중형 세단 콩코드(NB-5)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프라이드는 미국 포드가 판매하는 소형차를 일본의 마쓰다가 설계하고, 한국의 기아가 생산하기로 한 협약이었던 메이플 프로젝트(Maple Project)로 나온 결과물이었습니다.
프라이드는 미국 수출에 맞추어 5마일 범퍼를 기본으로 달고 3도어 모델이 먼저 나왔고, 1989년에는 5도어 모델도 나왔습니다.

콩코드는 마쓰다의 중형 승용차 3세대 카펠라(Capella; Mazda 626, GC)를 들여온 것으로 매끈한 차체에 14인치 휠을 달아서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정말로 바퀴밖에 안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경승용차도 15인치를 끼우지만 그때는 프라이드가 12인치, 중형차 스텔라가 13인치를 달던 때였기에 14인치 휠은 정말로 커 보였습니다.

대우자동차는 그랜저로 인해 열세에 몰린 최고급 승용차 시장 회복을 위해 수퍼 살롱을 내놓습니다. C-필러에 별도의 유리창을 넣은 6라이트 윈도(6-light window) 디자인으로 대형 고급승용차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한 디자인이었습니다.

1988년에는 고유모델 앞바퀴 굴림방식의 중형 승용차 Y2 쏘나타가 등장합니다. Y2 쏘나타의 플랫폼은 1세대 그랜저의 것이었고 내외장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이 했으며, 캐나다와 북미에 소량 수출됐습니다.

1989년에는 2세대 엑셀(X2)이 등장합니다. 1세대 포니 엑셀과 다르게 포니 라는 이름을 빼고 엑셀(Excel) 이라고 이름 붙이고 더 직선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쐐기형 차체 이미지를 취하면서 모서리는 둥글린 차체 형태로, 현대자동차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독특한 디자인의 테일 램프는 이른바 ‘사다리꼴 리어 램프’라고 현대자동차에서 홍보하기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코란도와 스텔라, 르망의 등장, Y2 쏘나타, 1, 2세대 엑셀의 개발, 그리고 기아산업의 승용차 생산 복귀 등과 함께 1980년대 후반에는 각 기업들의 차량 개발이 어느 정도 자리잡히고 처음으로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르게 됩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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