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로봇·자체칩 공장까지…머스크의 1400조 보상, 공짜는 아니다

11월 6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테슬라 주주들이 모여 역사에 남을 결정을 내렸다. 일론 머스크에게 최대 1조 달러, 우리 돈 1400조 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찬성률은 75%.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이야기는 보상안이 아니었다. 머스크가 주주들 앞에서 직접 꺼내놓은, 테슬라의 미래 청사진이 더 흥미로웠다.

현장에서 머스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칩 'AI5'를 공개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펼쳐 보였다.
AI5 칩은 기존 AI4 칩보다 성능이 무려 40배나 뛰어나다. 이 칩은 한국의 삼성전자 공장과 TSMC의 대만·텍사스·애리조나 공장, 이렇게 4곳에서 만들어진다. 머스크는 삼성전자와 TSMC를 여러 차례 거명하며 파트너십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의 말끝에는 고민이 묻어났다."지금 제일 걱정되는 것은, 칩을 어떻게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TSMC와 삼성이 최선을 다해 칩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우리가 필요한 양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테슬라가 직접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름도 거창하다. '테라 팹(Tera Fab)'.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만들어온 테슬라 입장에선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제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자율주행과 AI 로봇을 움직이는 심장, 반도체까지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얘기다.

이번 보상은 '조건부'다. 머스크가 정해진 경영 목표를 달성해야만 테슬라 주식 12%에 해당하는 4억2300만 주를 2035년까지 12단계로 나눠 받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조건은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지금(1조5000억 달러)보다 5배 이상 끌어올려 8조5000억 달러를 만들어야 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같은 큰손들과 유명한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 루이스가 모두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고했지만, 결국 주주 75%가 찬성했다. 재미있는 건, 테슬라가 작년에 본사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면서 머스크 본인도 13~15% 지분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결과가 발표되자 현장은 주주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그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일론! 일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는 머스크가 앞으로 보여줄 미래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의 미래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다른 하나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이 두 가지 얘기가 시간을 꽤 할애했다.
로보택시 얘기부터 해보자. 머스크는 올해 6월부터 텍사스 오스틴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해왔다. 지금은 안전 운전자가 옆에 타고 있지만, 몇 달 안에 사람 없이 굴러다니는 차를 보게 될 거라고 전했다. 작년 10월에 공개한 2인승 로보택시 '사이버캡'은 2026년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가고, 가격은 3만 달러 이하로 맞추겠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흥미진진한 건 옵티머스 얘기였다. 머스크는 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무한 돈 생성기"라고 표현했다.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제품이 될 거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올해 말까지 1000대를 만들고, 2026년 말부터는 3세대 모델을 본격적으로 찍어내겠다는 계획이다. 3세대 옵티머스는 얼마나 정교하냐고? 머스크 말로는 "포크로 찔러보지 않으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모를 정도"란다.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이 제대로 상용화되면 어떻게 될까? 테슬라는 더 이상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와 AI 플랫폼을 장악한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다. 로보택시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차를 팔아서 버는 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료로 수익을 낸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는 거다.
그런데 모든 게 순탄할 리 없다. 자율주행 안전성은 입증됐나? 규제는 어떻게 통과할 건가? 막대한 투자비는 어디서 나올 건가? 사람은 충분히 뽑을 수 있나? 산 넘어 산이다. 게다가 머스크는 자율주행에 대해 그동안 너무 낙관적인 예측을 해왔고, 약속을 어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이 테슬라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맞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틀어지면 그 타격도 엄청나게 커진다는 얘기다. 이번 주주총회는 그런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버렸다. 머스크 개인의 비전이 테슬라의 가장 큰 자산이었던 만큼, 이제 그 비전이 최대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11월 6일 텍사스 오스틴의 테슬라 주주총회는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과, 그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거대한 베팅이었다. 1400조라는 숫자는 충격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돈으로 뭘 만들어낼지다.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또 한 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그 믿음이 옳은지 그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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