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기아의 시즌3...정의선 회장 '초개인화 시대'로의 대전환

오토헤럴드 조회 2,084 등록일 2025.12.08.

"자전거가 완성되면 자동차를, 자동차가 완성되면 비행기를 만들겠다." 김철호 창업주는 1952년 사명을 기아산업으로 바꾸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사진은 피난 시절 부산 공장에서 연설하는 모습이다.(기아 80년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 80년의 역사는 한 기업의 연대기라기보다 한국 제조업의 생성과 위기, 그리고 재창업의 반복을 보여주는 서사에 가깝다. 1944년 경성전공에서 출발한 김철호 창업자는 자전거를 만들면서 이미 자동차 산업을 꿈꿨고 해방을 앞두고 일본에서 번 수 천억 원대의 자금을 모두 제조업 기반을 세우는 데 투입했다.

기술로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은 단순한 사업가의 기획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엔지니어적 신념에 가까웠다.

기아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3륜차, 그리고 최초의 자동차로 이어진 과정은 단순한 제품 확장이라기보다 국산 모빌리티 체계의 뿌리를 닦은 실험의 연속이었다. 창업주 김철호의 마지막 꿈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였다.

1998년 정주영 당시 그룹회장의 결단으로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밑거름으로 기사 회생한다. 사진은 1999년 기아 화성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다.(기아 80년 캡처) 1998년 정주영 당시 그룹회장의 결단으로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밑거름으로 기사 회생한다. 사진은 1999년 기아 화성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다.(기아 80년 캡처)

시즌1 김철호 기술에서 시즌2 정몽구의 통합

기아의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부도, 12년이 넘는 은행관리와 법정관리, 그리고 제3자 인수까지 경험한 기아는 한국 산업사에서 가장 극적인 회생 사례로 기록된다.

기아가 위기 속에서도 신차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연 특별하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이런 시련을 겪고 다시 일어선 자동차 브랜드는 기아가 유일하다.

이 기나긴 구원의 여정에서 시즌2 주인공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현대차 인수 이후 글로벌 시장 확대, 생산 체계 재정립, 품질 경영,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아만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통합 철학을 기반으로 기아를 글로벌 그룹 안에서 또 다른 하나의 축으로 성장시켰다. 글로벌 TOP5라는 목표 설정과 현장 중심 전략은 현대차그룹의 체급을 끌어올린 전환점이었다.

또 하나 기아의 역사가 특별한 이유는 성공의 순간보다 실패의 순간을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경영은 기술 중심이었던 만큼 원가·재무 관리는 상대적으로 약했고 분식 회계가 위기를 촉발했다는 자성의 기록은 ‘성공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성공만을 기억하지 않고 실패를 자산으로 남기는 일은 성숙한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EV6. 기아는 1980년 1톤 트럭 '봉고'를 통해 PBV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 정의선 회장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기아의 시즌 3는 고객 중심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대전환이 핵심 주제다.(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EV6. 기아는 1980년 1톤 트럭 '봉고'를 통해 PBV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 정의선 회장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기아의 시즌 3는 고객 중심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대전환이 핵심 주제다.(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정의선의 시즌3, 자동차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오늘의 기아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정의선 회장의 시즌3를 맞고 있다. 정 회장이 강조한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예쁜 차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는 내부 증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은 EV의 성공과 함께 현실화되었고 EV9과 EV3가 세계 주요 올해의 차를 잇달아 수상하며 기아 체질 변화가 브랜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아가 집중하고 있는 PBV 전략은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다. 흥미로운 점은 PBV가 완전히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아는 '봉고(Bongo)' 통해 다목적 차량의 개념을 실험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했다.

봉고가 소비자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시장을 확장해온 경험은 미래 PBV 사업의 뿌리가 되었고 이는 다시 한번 기아가 ‘고객 중심의 이동 경험’을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기아 정신 '혼(魂)' 100년 기업을 향한 대전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초개인화 등 새로운 질서 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창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대자동차 제공)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 회장은 기아의 정신을 '혼(魂)'으로 표현하며 창업자의 기술 철학과 통합기의 글로벌 전략, 그리고 오늘의 모빌리티 혁신이 하나의 연속된 가치라고 정리했다.

그는 김철호 창업주가 모빌리티의 기반을 세우고 정몽구 명예 회장이 성장 생태계를 조성했다면 이제 기아는 지속가능성과 초개인화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창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비전 제시가 아니라 8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창업 선언'으로 보인다.

기아의 80년은 도전과 분발의 역사였고 실패를 숨기지 않았던 기록이며 동시에 디자인과 기술, 조직문화가 연결되는 기업 진화의 과정이었다. 이제 기아는 자동차 제조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을 선언하고 있고 미래 모빌리티를 개인화된 경험의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일이다.

100년을 향한 기아의 다음 20년은 결국 또 다른 시즌의 개막이다. 시즌1이 기술의 탄생이었다면 시즌2는 통합과 성장, 그리고 시즌3는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산업의 창업이다.

지금의 기아는 단지 생존한 기업이 아니라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기업으로 돌아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다음 100년이 결국 기아의 다음 20년 위에서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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