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슬기로운 침수차 활용법, 미국처럼 수출중고차로 ‘출구’ 만들 때
침수차의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침수차'를 표시해 해외 수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필수 교수] 국내에서 발생하는 침수차는 매년 약 5000~2만 대 규모다. 올해는 태풍이 없어 다소 줄었지만 국지성 폭우와 기후변화로 인한 침수 피해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스며들며 안전과 신뢰를 동시에 위협해 왔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주행 중 시동 꺼짐, 전원 차단 등 치명적 위험을 내포한 만큼 침수차는 시장에 진입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최근 인기 드라마를 통해 불법 침수차 유통으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부각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침수차는 여전히 중고차 시장의 ‘현재진행형 리스크’이며 조속히 퇴출시켜야 할 구조적 문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50만~260만 대 수준으로 성장했고 수출중고차 시장 역시 작년 66만 대에 이어 올해 20~30% 추가 성장이 확실시된다. 수출 가격이 오르며 내수 물량까지 수출로 전환되는 융합형 구조로 바뀌는 가운데 침수차가 간헐적으로 시장에 유입되며 중고차 시장 전반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침수차는 침수 깊이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발목 수준의 1단계, 허리까지 차오른 2단계, 차량 전체가 잠긴 3단계다. 1~2단계는 침수 이력을 명확히 고지하고 대폭 할인할 경우 제한적 유통이 가능하지만 전손 처리 대상인 3단계 완전 침수차는 각종 고장과 공기질 악화, 안전 문제를 반복적으로 유발하는 만큼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3년 전부터 전손 침수차를 기계로 압착해 확인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막아왔다. 그러나 종합보험 차량 중 약 30%는 자차보험 미가입으로 전손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들 차량이 암암리에 매입·무등록 정비·재포장 과정을 거쳐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침수차를 수십만 원에 매입해 수천만 원에 판매하는 구조는 불법을 양산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결국 전체 침수차의 약 30%가 제도 밖에서 시장 진입 가능성을 지닌 셈이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소비자 확인만으로 이를 걸러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이유다.
해법은 분명하다. 침수차에 ‘출구 전략’을 만들어 국내 유통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바로 수출중고차 시장으로의 전환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침수 이력을 명확히 표시한 뒤 자국 침수차를 수출중고차로 처리한다. 예외는 없다.
국산차의 해외 위상이 높아진 지금 침수차에 꼬리표를 달아 수출하는 정책을 도입하면 불법 유통의 유인은 사라진다. 전손 침수차는 이미 폐기 처리로 수출까지 막혀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전환하면 연간 500억 원 이상 규모의 수출중고차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토교통부와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와 보고서는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다. 남은 것은 결단이다. 약 30%의 침수차를 수출중고차로 흡수해 내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동시에 수출 산업을 키우는 일석삼조의 정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내년 여름 다시 침수차 문제가 반복되기 전에 이제는 제도가 답해야 할 때다. (외부 기고로 본지의 편집 의도와 다를 수 있음)
김필수 교수/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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